[펌-기사-쿠팡-욕나옴] [Why] 쿠팡 대표나 콜센터 직원이나 같은 말 반복만 … 그 배경엔
[Why] 쿠팡 대표나 콜센터 직원이나 같은 말 반복만 … 그 배경엔
“법무 조직 중심 기업문화가 문제”
“‘법적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경영 방식 장기적으로 위험”
쿠팡이 소비자 개인정보 3370만 건 유출 사태 파장을 축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법적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식의 대응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 앱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사과문은 올라온 지 사흘 만에 사라졌다. 그 자리는 크리스마스 할인 광고로 대체된 상태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쿠팡은 전적으로 자사 ‘가이드라인’에 의존해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표현을 모두 피해 간 가이드라인이다.
실제 지난 2~3일 국회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부터 쿠팡 콜센터 직원까지 답변은 같다. 박 대표는 국회 과방위, 정무위 현안 질의에서 소비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핵심 용의자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현재 조사 중에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쿠팡 콜센터 직원도 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질의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하청업체는 “현재 조사 중에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한다. 쿠팡 측으로부터 내려온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일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를 지켜본 한 보좌관은 “대표나 콜센터 직원이나 답이 같은데 굳이 왜 국회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같은 시대에 챗봇이면 충분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제 조건을 깔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쿠팡식 화법도 있다. 박 대표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아는 바로는”이라는 전제를 깔거나 “현재까지는 그런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 대표는 보상 문제에서도 비슷한 화법을 구사했다. 박 대표는 전날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에서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 보상할 것이냐”고 질의하자 “피해자 보상을 적극 검토하겠다.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 계획과 시점에 관해선 “현재 피해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고, 아직 조사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합리적 보상 방안’이 무엇인지 묻는 윤한홍 정무위원장(국민의힘)의 질문에는 “피해자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피해자의 ‘범위’를 묻자 답하지 못했다. 추상적으로 답해야만 법리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토했지만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보상을 못 했다는 구멍을 열어두는 셈이고, 피해자의 범위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있어야만 한다고 한정한다면 실제 보상의 범위는 넓지 않다.
쿠팡이 이런 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기업 문화 때문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쿠팡 법무 조직은 비대한 편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 법무법인 세종, 광장, 태평양, 율촌 등 변호사사 출신들로 다양하게 꾸려져 있다. 이들은 법무부서에만 한정돼서 일하지 않고 각 사업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쿠팡의 한 전직 임원은 “쿠팡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법무 검토를 받고 진행된다. 갈등을 빚는 상대에겐 법적으로 문제가 조금만 있어도 소송을 난무하면서 손발을 묶어둔다”고 했다. 이어 “추진하는 사업은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어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후 진행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비대한 대관과 홍보 인력을 지적한다. 복수의 쿠팡 전현직 임원들에 따르면 쿠팡 내 대관과 홍보 인력은 법무 인력이 만들어 놓은 큰 그림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장기말에 불과하다. 법무에서 내린 지침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소통이 일방적일 수밖에 없고, 콜센터 직원마냥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쿠팡의 한 전직 임원은 “문제가 생기면 그간 쌓아온 업력과 인맥으로 분위기를 유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개인 자산을 소모한 셈이고 대신에 그 기간 월급을 준다고 하니 참을 뿐이었다”라며 “쿠팡에서 나온 지금은 그간 쌓아온 인간관계를 많이 잃었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쿠팡의 행보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근로자를 채용해 사업을 하면서 책임을 져야 할 때는 ‘미국기업’이라고 말한다”면서 “법적으로 그렇다는데, 한국 소비자나 한국 셀러(판매자) 등에 대한 고려는 없다.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어려운 기업 문화”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20~30년 전 삼성그룹 내 법무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었던 때가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한때 사법리스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삼성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쿠팡이 그 시절보다 더 퇴보한 채로 법만 따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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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t
09:56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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